길 가다 우연히 만난 오래된 프라모델 오프라인 매장..... 다녀온 후기와 뭐 이런저런 잡소리입니다.
오래된 거리를 걷다.
저는 인천에서 학교를 다녔습니다. 다니던 고등학교는 동인천 근방에 있었는데 그래서 3년 동안 좋든 싫든 동인천은 우리들의 활동 무대였지요. 아는 분은 알겠지만 인천의 중구 쪽은 개발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곳입니다. 덕분이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그만큼 옛날 분위기를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30년 전에 걷던 오래된 길을 친구와 함께 걸어보았습니다.
동인천역 부근에서 신포동 방면으로는 옛날과 거의 변한 것이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분위기입니다. 도원역근방은 상당히 많은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만 그 옆 동인천 쪽은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섰음에도 신포동 쪽으로는 변화가 거의 없다시피 하네요. 그래도 도로변 쪽 매장은 브랜드들이 많이 바뀌기도 했습니다만.... 분위기는 예전 분위기와 비슷합니다.
문득 보고 싶어진 애관극장
길을 걷다 문득 우리나라 최초의 극장이라고 하는 애관극장에 가보고 싶어졌어요. 애관극장은 가장 오래된 극장으로 현재는 5 개관을 운영하는 멀티플렉스 극장으로 변모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장 저부터도 CGV나 롯데시네마를 가지 지역에 오래된 극장은 사실상 거의 가지 않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 기억으로는 80년대 말 '패트릭 스웨이지'주연의 '더티 댄싱'을 본 기억이 마지막인 듯합니다. 20대 들어서면서 극장에 자주 가지 못했고 약간의 마음에 여유가 생겨 다시 극장을 찾았을 즈음엔 이미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시장을 장악한 후였거든요.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니 이미 단관극장들은 거의 폐관한 상태였습니다. 인천의 인형극장, 오성극장, 현대극장, 중앙극장.... 하나씩 하나씩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갔지요. 현재 인천에서 프랜차이즈 멀티플렉스를 제외한 극장은 부평의 대한극장(2 개관)과 동인천의 애관극장(2 개관), 그리고 실버영화관으로 운영되는 미림극장뿐입니다. 그나마 대한극장은 가끔 가서 한적한 분위기에서 영화를 즐기긴 했습니다만 애관은 거리가 멀어서 아예 잊고 살았습니다.
친구를 만난 그 날 갑자기 떠오른 애관극장생각에 집에 가는 길을 살짝 돌아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현재 애관극장은 '디아스포라 영화제'라는 저에겐 생소한 이름의 영화제를 준비 중이었습니다. 시간 되는 분들은 한번쯤 들러보는 것도 괜찮겠네요. 기간은 5월 19일~23일입니다.애관극장은 일반영화도 8,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조조 및 심야 5,000원!!)에 영화를 감상할 수 있으니 저도 가끔 이용할 생각입니다.
보물섬 같은 오래된 프라모델 매장, '모델러'
애관극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제가 학생 때부터 기웃대던 아주 오래된 프라모델 매장이 있었습니다. 이름하여 모델러! 지금은 건담프라모델을 구입하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건담베이스나 조이하비 정도인데요. 요즘 건담프라모델의 씨가 마른 수준이라 웬만한 인기제품은 구경도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인천에서는 구월동에 '건담마니아'라는 작은 매장이 있는데 거기도 가끔 가긴 합니다만 제품이 없기 상황은 비슷합니다. 그날 애관극장에 찾아가는 그 길에 정말 잊고 살았던 프라모델 매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름하여 '모델러'. 주머니는 가볍고 프라모델은 사고 싶고... 그래서 가끔 전시되어 있는 멋진 제품들을 창밖에서 구경만 했던 그런 장소였습니다. 그곳이 아직도 영업 중이었습니다. 정말 놀랐어요. 반가운 마음에 친구와 들어갔는데.... 이게 웬걸... 제품이 제법 많았습니다. 그것도 건담베이스에선 구경도 못했던 최신제품도 몇 개 있었고요. 왠지 보물섬을 발견한 기분이었습니다.
드디어 구했다...
제품명을 밝히긴 좀 그렇고.. 아무튼 전 거기서 평소에 건담베이스에서 구하지 못했던 제품을 구했습니다. 가격은 건담베이스 수준이라 크게 부담은 없었고요. 매장은 오래되었어도 제품은 충실하게 구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사장님이 개인적으로 수집하신 희귀한 제품들도 몇 개 있어서 오래간만에 정말 재미있는 구경도 하고 나왔습니다.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
얼마 전 유튜브로 동대문 등 우리나라에서 소위 잘 나가던 몇 개의 상권이 몰락하는 현실에 대한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인터넷으로, 모바일로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데다 코로나라는 직격탄을 맞아 오프라인 상권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것이지요. 건담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 프라모델시장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그나마 서울엔 용산과 삼성동 등 규모가 큰 매장이 있지만 사실상 서울과 부산정도를 제외하면 실물을 구경하고 구입할 수 있는 매장은 사실상 전멸이지요.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랄까요. 안타까울 따름입니다.애관극장도, 모델러도 가끔은 이용하겠지만.... 저의 바람처럼 오래오래 남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오랜만에 동인천 나들이했던 일상의 잡소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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