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영화 최신영화 구분 없는 영화 감상
제목:1947 보스톤
개봉:2023년 9월
감독:강제규
출연:하정우, 임시완, 배성우, 김상호, 박은빈 외
시놉시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마라톤 신기록을 세운 조선의 마라톤 선수 손기정. 그러나 그는 기미가요가 울려 퍼지는 시상대에서 들고 있던 화분으로 가슴에 달린 일장기를 기렸다는 이유로 일제의 탄압을 받게 되고 그로 인해 다시는 마라톤을 하지 못하는 신세가 되어 평범한 사람으로 하루하루 살아간다.
광복 이후 1947년. 손기정의 이름을 단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서윤복(임시완)'은 뛰어난 실력으로 우승을 차지하게 되고 우승메달을 받지만 그저 돈이 필요해 대회에 참가했던 서윤복은 운동을 포기하고 어머니의 병원비를 벌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한다. 한편 손기정과 함께 베를린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고 그 후 마라톤 선수를 양성하던 '남승룡(배성우)'은 서윤복을 눈여겨보고 있었고 런던 올림픽에 참가시키기 위해 손기정과 서윤복을 설득한다. 그러나 자주국이 아니었던 그리고 세계대회 참가이력이 없던 조선이었기에 올림픽 이전의 큰 대회인 보스톤 마라톤대회에 반드시 참가해야 하는 상황이 됐고 그들은 1947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한 어려운 여정을 시작하는데...
불운했던 시대, 그래도 태어나는 영웅
이미 스크린에서 거의 내려가긴 했지만 한번 글로나마 끄적대고 싶은 영화 '1947 보스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는 그 이름도 너무나 유명했던 '손기정'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 같지만 실상 주인공은 손기정이 아닌 '서윤복'입니다.
손기정 님이야 워낙 이름이 알려져 있지만 사실 '서윤복'이라는 이름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저는 모르는 이름이었거든요.
베를린 올림픽 당시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지배하에 있던 식민시절이었기에 손기정선수는 가슴에 일장기를 달고 대회에 참가하게 됩니다.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나 그 기록은 영원히 일본에 귀속된다고 하네요. 영화의 대사에 따르면 한번 기록된 것은 변경될 수 없다고 합니다. 따라서 손기정 선수의 금메달은 일본의 것이었다는 거죠. 이 영화의 소재가 1947년 보스톤 마라톤 대회가 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인데요. 자주국이 아니었던 당시 조선으로서는 올림픽에 참가할 자격을 받기 위해서는 세계대회에 참가한 경험이 있어야 했고 보스톤대회는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한 대회였을 뿐입니다. 그러나 서윤복선수는 보스톤에서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을 했지만 정작 1948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고 하네요.
당시 우리나라의 실정을 생각해 본다면 영화 속 3인방 손기정, 남승룡 그리고 서윤복 모두 나라의 영웅이었습니다.
일제치하에서 벗어나니까 미국이 점령한 당시의 조선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기쁨을 준 난세의 영웅들이었던 셈이죠.
약간의 국뽕, 무난한 스토리 텔링 그리고 신파에 빠지지 않는 영리함.
이 영화는 원래 2020년 개봉예정이었지만 코로나와 함께 주연배우들의 논란으로 인해 개봉이 연기되었습니다. 주연배우 3명 중 2명이 사고를 치는 바람에 도저히 개봉을 할 수가 없었던 상황이었던 것이겠죠. 영화 속 주연 3인방은 훌륭한 연기를 선보입니다. 특히 임시완은 마라톤에 어울리는 몸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는 것이 그냥 눈으로 보였습니다.
이 영화의 감독인 '강제규'는대한민국의 영화에 '블럭버스터'라는 표현을 붙일 수 있는 최초의 영화 '쉬리'로 유명합니다.
그의 필모를 보면 '은행나무 침대'를 비롯해 '태극기 휘날리며'등 유명한 작품이 많이 있긴 합니다만 2011년 '마이웨이'의 실패를 기점으로 작품활동이 그리 활발하지 않은 행보를 보입니다. 이 영화 '1947 보스톤'은 그의 9년 만에 신작인데 사실 오프닝부터 '아 이건 강제규감독 영화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연출은 살짝 올드해 보입니다. 좋게 말하면 자신만의 영화 색깔이 나왔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영화의 이야기는 너무나 평이하게 흘러갑니다. 보스톤에 가기 위한 과정이 그리 쉽지 않았음에도 후반부 마라톤대회에 할애한 시간 때문에 그랬는지 여러 어려움에 부딪힘에도 그 해결이 평이하고 원만하게 극적인 효과 없이 그냥 물 흐르듯 흘러가 버립니다. 영화 내내 어떤 갈등이나 위기상황 등이 잘 펼쳐지질 않아요. 모든 사건이 휙휙 빠르게 지나가는 느낌입니다. 그러다 보니 감정이입을 할 어떤 시간적 여유를 이 영화는 주지 못합니다. 하지만 장점이 있다면 한국영화의 양날의 거미 같은 '신파'에 빠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제가 볼 땐 두세 번 정도 감독이 마음만 먹으면 억지로라도 눈물을 짜낼 포인트가 있었지만 그 역시 그냥 적당히 덤덤하게 흘러갑니다. 아마도 이 '신파'때문에 욕을 먹은 영화가 한 둘이 아니었을 겁니다. 영화 내내 무덤덤하게 가다가 갑자기 눈물 찔찔... 그런 연출이 아니어서 전 나름 좋았어요.
엄복동과는 비교하지 말아 주세요.
UBD라는 유행어를 만들 정도로 흥행과는 다른 의미로 유명했던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과 이 영화는 처음부터 비교당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아무래도 영화가 다루는 소재 등이 비슷했기 때문이었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이 영화는 수작은 아니어도 그 영화와 비교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뭐 꼭 큰 스크린에서 볼 영화라고도 말하긴 어렵지만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예요.
개인적으로는 주연 3인방 중 '남승룡'이라는 인물에 많이 관심이 갔습니다. 대표 선발전에서는 손기정을 이겼으나 베를린 올림픽에서 동메달로 손기정의 그늘에 가려졌고 꾸준히 운동을 하다 서윤복과 함께 마라톤 선수로는 36세라는 많은 나이로 출전했음에도 12위라는 성적을 거둔 그 인물이 더 영화 같은 인생을 사신 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래간만에 국뽕에 살짝 취하게 했던 영화 '1947 보스톤'감상 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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