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영화 최신영화 구분 없는 영화 감상
제목:외계+인 2부
개봉:2024년 1월 10일
감독:최동훈
출연:김태리,류준열,김우빈 외
획기적인, 혹은 끔찍한 혼종 같던 '외계+인 1부', 걱정되던 2부
2024년도 벌써 1월이 다 지나가고 있습니다. 시간 참 빠르지요. 보고 싶던 영화를 기다리는 시간은 참 더디게 느껴지건만, 돌아보면 정말 쏜살같이 가는 게 시간인 것 같습니다.
2023년 마지막으로 감상한 작품은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인 '노량'이었고 24년 처음 감상한 영화가 바로 '외계+인 2부'입니다.
사실 1부를 극장에서 봤을 때, "아니 이거 대체 무슨 영화야....?" 하며 황당한 마음을 금치 못했었죠. 그만큼 이 작품은 좋게 말하면 획기적이고 신선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끔찍한 혼종 같은 영화였습니다. 약150만 관객이라는 처참한 흥행성적으로 최동훈 필모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1부를 보고 있자니 2부가 걱정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들리는 바로는 2부로 손익분기점을 넘으려면 대략 800만 관객을 불러 모아야 한다는 것 같던데... 1월 22일 현재, 이 작품은 약 110만 명이라는 안타까운 스코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1300만 흥행의 '서울의 봄'이 극장가에 건재하며 450만 흥행의 '노량'이 아직도 숨이 붙어있는 데다 '시민 덕희'에게까지 예매율을 뒤지고 있는 지금의 상황으로 보자면 솔직히 1부의 150만에라도 미칠 수 있을까가 의문입니다.
그냥 이렇게 묻힐 영화인가?라는 의문. 그리고 1부는 왜 망했나?
2부를 보러 가기 전, ott로 1부를 다시 복습했습니다. 1부에 대한 저의 마음은 약간 복잡했어요. 재미는 있는 것 같은데... 어딘가 영화가 산만하고 불친절하며 그러면서도 또 신선한 맛도 있고. 그런데 돌이켜보면 잘 기억이 안 나고. 그래도 1부를 극장에서 봤으니 2부도 봐야 할 것 같고. 그래서 다시 1부를 복습했는데...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어? 다시 보니 재미있는데? 이렇게 묻히기엔 조금 아까운데...?"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3회 차 재관람을 하며 나름대로 생각한 1부의 문제점 중 가장 큰 것은 병렬식 시간구성입니다.
사건이 진행되는 순서에 따라 영화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고 과거->현재->과거->그리고 또 현재 이런 식으로 '신검'과 주인공'이안'의 시점으로 영화는 진행됩니다만 두 시간대에 동시에 사건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사건이 벌어지는 시간을 계속 쪼개어 교차편집으로 이어 붙여 영화가 상당히 혼란스럽습니다.
주인공 이안의 모습이 과거에서는 성인으로, 현재에서는 어린아이로 등장하여 이미 '오래전에 벌어진 현시대의 사건'과 '현재 벌어지고 있는 과거시대의 사건'을 자꾸 번갈아 보여주니 영화의 구성이 상당히 난잡합니다. 이렇게 되면 단박에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영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관객은 머리에 계속 물음표가 떠다니며 눈앞에 벌어지는 상황에 집중하지 못하고 결국 재미없는 영화를 본 결과로 남게 됩니다.
복잡한 이야기일수록 그 구성을 단순히 하여 이해도와 설득력을 높였어야 관객들이 더 쉽게 이 영화를 감상했을 텐데 최동훈감독은 굳이 어렵게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아주 오래전 영화이긴 합니다만 시간여행이라는 주제를 말할 때 빠지지 않는 작품이 있죠. 바로 '백 투더 퓨쳐'입니다.
이 작품은 1880년대부터 1950년대, 1980년대 그리고 2010년대까지 3편의 영화에서 다양한 시간대를 넘나들며 이야기가 진행됩니다만 그리 복잡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사건의 흐름대로 관객을 유도했기에 그냥 따라가기만 하면 됐던 거지요.
그에 반해 '외계+인 1부'는 두 가지 시간대에서 따로 벌어지는 사건을 교차로 보여줌으로써 영화의 흐름을 자꾸 혼란하게 만듭니다. 그러다 보니 결국 '재미없다'라는 입소문을 타서 흥행을 망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만.
사실 이렇게 묻히기엔 아까운 이야기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명백한 마블의 영향, 만약 극장이 아닌 OTT였다면...?
우선 시각적으로 이 영화의 볼거리는 많습니다. 도술에 와이어액션에 우주선이 날아다니는 SF요소까지. 이건 뭐 볼거리로만 따지면 종합선물세트 같죠. CG의 퀄도 매우 좋습니다. 금속의 질감이나 100% CG캐릭터의 움직임 등 이제 우리나라도 CG의 수준은 어디 가서 꿇리지 않을 정도지요. 하지만 아쉬움도 남습니다. 가드의 설정은 누가 봐도 짝퉁 아이언맨이고 시간을 넘나드는 터널이나 2부에서 캐릭터가 사라지는 모습 등 시각적인 표현은 아쉽게도 우리가 모두 마블의 영화에서 이미 봐왔던 모습들이었습니다. 기술력은 올라갔지만 창의성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일까요.
세계관도 그렇습니다. 외계+인의 세계관은 과학과 도술이 공존하는데 마블 역시 과학과 마법이 공존하는 세계거든요.
2부 마지막 전투씬에서 모든 주요 인물이 모여 전투를 치르는 모습은 흡사 어벤저스를 떠올리게도 합니다.
그래서 전 만약 이 영화가 2부로 쪼개진 극장용 영화가 아니라 '무빙'같이 OTT를 통해 공개될 시즌제 드라마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솔직히 마블처럼 10년을 넘게 한 시리즈로 극장용 영화를 계속 만들어 개봉하는 것은 우리나라 영화시장 규모에는 좀 무리인 것 같고 그렇다면 디즈니+의 '무빙'처럼 OTT로 공개를 하되 인물별로 하나씩 빌드업을 해 나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래전 과거에서 현재로 넘어온 이안, 과거의 도사인 무릎과 신선들, 인간의 뇌에 죄수를 가두는 외계인 등 흥미로운 설정을 가진 인물들이 넘쳐나는데 이 모든 이야기를 담기엔 아무래도 합쳐봐야 4시간 남진인 영화 두 편에, 그것도 1년 이상의 텀을 두고 진행하는 개봉영화의 방식보다는 OTT의 시리즈물이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의 기획단계에서 극장개봉과 OTT공개방식을 두고 고민했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으니 더 안타깝더군요.
상당히 아쉬운 마무리
결국 '외계+인'이라는 콘텐츠는 실패로 마무리할 것이 거의 틀림없습니다. 관객이나 평론가의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둘째 치고라도 흥행에 성공했으면 나머지는 일단 나중의 문제이죠. 모든 건 '손익분기점을 넘었을 때'의 일입니다.
23년 한 해, 소위 말하는 '텐트 폴'영화들이 줄줄이 손익분기점을 넘는데 실패를 했죠. 특히나 '더 문'의 흥행참패는 너무나 안타까운 일입니다. 내용은 솔직히 언급하고 싶지 않은 수준이지만 시각적 효과와 사운드에 어마어마한 투자를 한 작품인데 이렇게 힘이 많이 들어간 작품이 실패하고 나면 그와 비슷한 규모와 스타일의 영화는 사실 당분가 나오기 힘들어집니다. 투자가 위축되거든요. 24년 첫 포문을 열어재낀 '외계+인2'의 실패로 결국 우리 영화계에 당분간 블럭버스터급의 SF영화가 극장에 걸리는 일은 힘들 거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넷플릭스나 디즈니+라면 또 모를까.
그래도 뭐, 2부는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도입부에 1부를 간단히 정리도 해주어서 1부를 안 본 사람도 충분히 즐길 수 있고요.(솔직히 1부 정리 잘했습니다. 영화를 그렇게 만들지..) 2부는 액션도 더 시원시원하고 볼거리도 훨씬 많으며 특히나 1부에서 가루가 되도록 빻였던 오글거리는 대사의 비중이 많이 줄었습니다.
관람료가 엄청 비싼 요즘, 둘이서 영화 한 편 보고 밥 먹고 차 마시면 10만 원도 모자랄 지경이라 영화선택에 더 신중하실 겁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가볍게 즐길 영화를 찾으신다면 '외계+인 2부' 추천합니다. 나쁘지 않아요~!
'영화감상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실이라는 이름의 판타지-'엄마 친구 아들' (3) | 2024.10.16 |
---|---|
안녕히,맥고나걸 교수님. 사라져가는 해리포터의 주역들 (0) | 2024.09.30 |
영화 감상문-1947 보스톤 (0) | 2023.11.05 |
영화 감상문-소년들(2023) (1) | 2023.11.03 |
학교폭력에 관한 영화-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vs용감한 시민 (1) | 2023.10.3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