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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사건, 사라진 진실-소년들
제목:소년들
개봉:2023.11
감독:정지영
출연:설경구,유준상,허성태,진경,염혜란 외
시놉시스
1999년 전북의 삼례에서 작은 슈퍼마켓 강도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에 경찰은 동네의 소년들 세명을 용의자로 지목하여 체포하고 순식간에 살인자가 된 소년들은 실형을 선고받아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한편 이듬해 같은 지역에 새롭게 부임된 일명 '미친개'라고 불리는 '황준철(설경구)'은 이 사건에서 뭔가 수상한 냄새를 맡고 이미 끝난 사건이지만 재수사를 실시, 진범은 따로 있으며 세명의 소년들은 경찰의 압박과 폭력에 의해 만들어진 범인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억울한 세명의 소년들의 진실을 밝히고자 노력하지만 막상 사건의 피해자인 세명의 소년들은 재수사에 들어가면 또다시 폭력을 당할 것을 두려워해 자신들이 범인이라고 우겨대고 유일한 목격자인 슈퍼주인 '윤미숙(진경)'은 어머니가 눈앞에서 살해당한 충격과 공포, 그리고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뒤섞여 황준철에게의 협조를 거부한 채 시간이 흐른다. 그러나 윤미숙이 기억을 되살려 범인은 전라도 사투리가 아닌 경상도 사투리를 썼다는 것을 기억해 내고 그제야 황준철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하지만 이미 경찰 윗선에서 황준철을 다른 지역으로 전출시켜 버린다.
시간이 흘러 우연한 인연으로 다시 만나게 된 당시 사건의 당사자들. 세명의 소년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보살피며 지내던 윤미숙은 재심을 요청하려 하고 황준철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는데.....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 하지만 큰 울림은 주지 못했다
2023년 11월 개봉한 영화 '소년들'은 1999년에 실제로 일어났던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3명의 젊은 강도들이 잠들어 있던 슈퍼 주인 가족들을 테이프로 묶고 금품을 훔쳐 달아났는데 그 중 77세였던 할머니가 결국 질식사했던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처벌을 받았던 세명의 젊은이들은 그러나 사실 범인이 아니었고 2016년 자신이 진범이라고 자백하는 사람이 등장함으로써 상황이 뒤집혔고 재심에 의해 결국 무죄판결을 받은 그런 사건이었습니다.
영화는 무죄판결을 받은 소년들이 자신들을 살인자로 몰았던 경찰과 검찰을 향해 "우리는 살인자가 아니다"라고 외치는 장면과 마지막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만...... 사실 이 영화는 그간 실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던 대표적인 작품들(살인의 추억, 변호사 등)과 비교해 봤을 때 그렇게 큰 울림을 주지 못합니다. 영화적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의미는 아니고요. 표현에 있어서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그 순간이 너무 평이하고 뻔하달까요. 그리고 마지막에 자신들이 그렇게 원했던 "우리는 살인자가 아니다"라고 외치는 그 순간은 잘해봐야 90년대 감성의 표현으로 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신파를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만약 신파로 갈거라면 아예 대놓고 그쪽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는 그냥 끝까지 평이하게 흘러갑니다. 뭐랄까... 감독이 뭔가를 계속 절제한달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래도 '보여주고자 하는것'에 관해서는 그 역할을 충분히 한 것 같습니다. 정도가 심하진 않지만 소년들을 협박하는 일부 썪어빠진 경찰의 모습이라던지, 화면에 등장할 때마다 답답함에 속이 타들어가게 했던 윤미숙의 캐릭터라든지 하는 그런 것들이 이야기 속에서 촘촘하게 쌓여서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역시 감독님 짬은 어디 안 가네요.
베테랑 배우들의 향연, 구멍 없는 연기
이 영화의 출연진, 쟁쟁합니다.
주연인 설경구야 말할 것도 없고 오징어게임으로 스타덤에 오른 허성태의 최초 선한 배역(영화에서)도 좋았으며 메인빌런 격인 유준상도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생각합니다.
설경구의 부인으로 출연한 염혜란도 강인한 여성의 모습을 잘 보여주었고 중간부터 등장한 조진웅도 꽤 훌륭한 빌런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다고 한다면 설경구 배우님의 역할인데.... 저만 그런지 몰라도 계속 '강철중'의 모습이 겹쳐졌습니다.
물론 강철중처럼 불도저식으로 수사하는 그런 형사는 아니지만 연기톤이 비슷하다고 보였어요. 재심을 청구하는 시점인 2016년에서 배우들의 대사를 들어보면 2017년에 은퇴하는 나이던데, 강철중이 더 나이 먹으면 저런 모습으로 은퇴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론-한심한 현실
실화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의 공통점이라면 엔딩 크레디트 직전즈음에 영화에서 다룬 시간대 후 주요 인물들의 현재를 간략하게 소개하는 그런 장면일 텐데요. 이 영화도 아주 짧게 현실을 알려줍니다.
"이 사건으로 처벌받은 경찰과 검찰은 아무도 없었다"
이 짧은 문장은 두 시간 내내 답답했던 가슴을 더 꽉 막히게 합니다.
살인자로 몰려 몇 년간 실형을 살았고 사회에 나와서도 살인자로 손가락질을 받으며 청춘을 보내야 했던 세명의 소년들의 잃어버린 시간은 어떻게 누가 보상을 해 줄까요. 당시 사건을 조작했던 경찰과 관련한 자들이 처벌을 받는다 해도 그 시간을 보상받을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진실이 밝혀졌고 피해자가 있다면 가해자에겐, 죄를 지은자에겐 응당한 처벌이 있는 것. 그게 정의 아니겠습니까. 이 나라의 현실은 아직도 한심한 듯합니다.그런 이유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보길 원하는 영화, 소년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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