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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문

넷플릿스 신작-기동전사 건담:복수의 레퀴엠 감상문

by 피터팬! 2024.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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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영화감상문

건담, 드디어 본격 풀 3D애니화

'기동전사 건담:복수의 레퀴엠' 키 비쥬얼(사진 출처:나무위키)

1979년 일본에서 시작된 전설적인 '기동전사 건담'이 40여 년의 역사가 흐른 오늘날 드디어 풀 3D애니로 탄생했습니다. 그것도 본토 일본이 아닌 넷플릭스에 의해서 말이죠.

그동안 건담의 3D작품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최초의 실사화이자 흑역사인 '지 세이비어'가 있고 그 외 건담 이글루나 할리우드 영화'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퍼스트 건담이 멋지게 등장한 예도 있습니다. 그래도 규모면이나 배급망면에서 보자면 가장 주목받을 만한 작품은 이번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복수의 레퀴엠'이겠지요.

각 편당 스토리만 보자면 20여분의 길이에 총 6화로 구성되어 연달아 감상해도 2시간짜리 영화 한 편 분량이라 무리 없이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본 글은 간략한 감상기이며 중간중간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배경

시간적 배경은 최초작품인 '기동전사 건담'과 같은 우주세기 0079년의 1년 전쟁입니다. 우주세기 건담팬이라면 알법한 '오데사 공략작전'과 비슷한 즈음이죠.

지온 군의 지구침공작전 후 전투배경이 우주에서 지구로 이동했고 이 작품은 때문에 우주전이 아닌 지구에서 지온의 잔류부대와 연방의 전투를 그린 작품입니다.

특징

본작의 티저비쥬얼.작품속 건담은 마니 연쇄 살인마나 터미네이터같은 존재로 그려진다.(사진 출처:나무위키)

본 작은 철저하게 지온의 시각에서 전쟁을 바라봅니다. 건담은 작품의 역사가 긴 만큼 그 세계관도 상당이 넓고 복잡합니다만 그냥 사건의 시작만 간단하게 놓고 보자면 우주에 진출한 스페이스 노이드들에 대한 어스노이드들의 차별에 의해 스페이스 로이드 측이 독립전쟁을 벌였다.... 뭐 이런 거다 보니 지구연방 측이 '악역'이어야 하겠지만  이랬건 저랬건 작품의 중심에 놓인 주인공 '아무로 레이'와 주역기'건담'이 연방소속인 설정이라 작품 속에서 지온이 악당인것처럼 보일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제목자체에 '기동전사 건담'이라고 타이틀이 붙는데 건담측이 악역이면 그것도 좀 이상하잖아요. 그런데 사실상 '건담'속에는 절대 선도 절대악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일방적 침공이나 학살이 아닌 '전쟁'이 배경이며 그 사이에는 각자의 정가 있기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우주세기 건담의 작품을 보면 건담(혹은 연방군)이 악처럼 묘사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복수의 레퀴엠'역시 그런 맥락으로 보입니다.

이 작품속에서 지온은 연방(지온)에게 당하기만 하는 존재이며 '정의'같이 그려집니다. 반면 타이틀의'건담'은 주인공을 쫓아다니는 연쇄살인마나 영화'터미네이터'속의 T-800처럼 보입니다.(또 건담 EX의 마스크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그려진 것 같기도 합니다)

다분히 '08소대'의 영향을 받은 건담의 디자인이나 지온 측에서 바라본 건담이라는 맥락에선 '주머니 속의 전쟁' 그리고 무거운 밀리터리적 분위기는 '0083'과 '썬더볼트'의 색채를 강하게 띕니다. 나름대로 제작진은 기존 건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또 하나의 볼만한 우주세기 작품을 만들어 낸 것이죠.

주역기이자 악역건담 '건담EX'.왠지 T-800의 이미지가 겹침.(사진출처:네이버 블로그)

장점

장점이라면 우선은 기존 건담의 사전지식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는 겁니다. 뉴타입의 각성이라든지 타작품의 등장인물이 잠깐 등장한다던지 하는 기존작품과의 연결고리가 있긴 하지만 모른다고 특별히 감상에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모빌슈트도 자쿠, 구프 등 오리지널 팬들이라면 열광할 기체들이 등장하지만 뭐 모르면 어떻습니까. 보기에 무리만 없으면 되지요.

그리고 기체의 모델링이나 액션도 볼만합니다. 전 아무래도 2D에 셀화로 그려진 건담을 감상하며 자라온 세대다 보니 리얼하게 움직이는 실체화된 모빌슈트를 보면 감탄을 금하지 못하겠더라고요. 

자 그런데...

단점

메카와는 다르게 인물의 그래픽은 상당히 질이 낮아 보인다.(사진 출처:네이버 블로그)

저에게 있어서 장점은 저 두 가지뿐이었습니다. 단점은 우선 사람에 대한 그래픽입니다. 아 이건 보고 있자니 정말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CG수준이 떨어지더군요. 메카닉은 잘 뽑아낸 것 같더니 거기에 인력과 돈을 다 동원했는지, 등장하는 사람들은 진짜 2천 년대 초반 게임그래픽 보는 기분이랄까 그 정도 수준이었습니다(심하게 말하자면 '툼 레이더'게임보다 조금 나은..?) 게다가 얼마 전 우연히 '알리타'를 본터라 본 작품의  CG수준은 더 처참하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어느 블로거 글을 읽어보니 이번작품을 만든 회사가 꽤 작은 회사였다는 것 같더군요. 그러면 어느 한쪽에 치중할 수밖에 없긴 했을 것 같긴 합니다.

그리고 이건 장점에 쓴 것과 대비되는 단점입니다만...전작의 설정을 침범하는 인물과 메카의 설정입니다.

본작의 시간적 배경은 언급했듯이 '1년 전쟁'당시입니다. 그것도 '오데사 공략작전'의 즈음이라면 오리지널 시리즈'기동전사 건담'과 시간적, 공간적 배경이 완벽하게 겹치게 되는데요. 영원한 주인공'아무로 레이'가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을 때입니다. 지온에서 말하는 '연방의 하얀 악마'는 퍼스트 건담인 RX-78-2를 지칭하는 말일 텐데 동일시간 동일배경에서 또 다른 연방의 하얀 악마와 뉴타입이 지온을 물리치고 있다는 이 설정은 사실 '이 작품은 정사가 아니며 평행세계일 뿐이다'라고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런 설정은 건담의 우주세기팬이라면 상당히 거슬리는 설정일 수 있습니다. 아무로만큼이나 뛰어난 뉴타입과 퍼스트를 능가하는 건담이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존재한다는 얘기가 되니까요. 

기존 건담에서도 설정충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보니 만약 반다이측에서 이 작품을 정사취급하려면 1년 전쟁 당시 모빌슈트 개발에 관한 히스토리를 다시 써야 할 겁니다. 주역기'건담 EX'는 다분히 08소대의 EZ-8에서 영향을 받은 동시대의 디자인이지만 그 무장스타일은 1년 전쟁당시의 형태로 보기 어려우며 정확하게'건담'이라는 칭호를 쓰고 있기 때문에 이 기체가 언제 왜 어떻게 만들어져 배치되었는지, 본작의 이후에는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등의 현실적인 설정을 만들지 않으면 우주세기에 정식 편입되긴 힘들 겁니다. 적어도 우주세기 팬들 에게는요.

스토리는 그냥 특별한 것 없이 흘러가는 수준이랄까, 평이합니다. 마지막은 '0080 주머니 속의 전쟁'을 보는 듯했고요. 뒤가 뚫려 파일럿이 사망하는 최초의 건담이 등장하는 것도 좀... 이채로웠네요.

그런데 솔직히 극의 결말은 불만족입니다.

끝까지 살아남은 주인공. 그녀가 전쟁영웅으로써 전투가 아닌 좀 더 높은 곳에서 전쟁을 끝낼 방법을 찾았다면 어땠을까..?(사진출처:네이버 블로그)

결국 생존한 주인공은 자신이 구하지 못했던 건담의 소년파일럿에 대한 안타까움과 자신에 대한 원망 같은 것이 있었고 그에 관한 대사도 있었습니다만..... 주인공의 마지막 행보는 '지구에 남아 계속 전쟁을 한다'였습니다. 이게 무슨?

자기가 아프리카부대로 소속되어 전투에 임하면 전쟁이 끝난 다는 건가요..?

그러면 더 이상 소년병이 죽어나가는 비극을 막을 수 있다는 건가요?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현실적으로 보자면 주인공'이리아'는 온갖 험한 상황을 헤치고 동료를 우주로 탈출시키는데 일조했으며 건담과 몇 번의 전투를 벌였음에도 살아남았고 결국 '연방의 하얀 악마'를 물리치는데 큰 공을 세운 인물입니다. 그런 인물이 우주로 돌아가 전쟁영웅으로써 지온의 수장을 만났다면 어땠을까요? 전쟁을 끝낸다거나 그런 상황을 만들진 못했어도 소년병이 죽어나가는 비극적인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하는 주인공의 심리에 더 걸맞은 결말이 아니었을까요?

그저 지온이 이 전쟁을 이기는 게 비극을 끝내는 길이었을까요? 지온이 지구에 무슨 짓을 했는지 뻔히 아는 사람의 행동으로는 납득이 가지 않는 결말이었습니다.

아마도 이것은 제작진이 건담의 전작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극을 만들기 위해'참고'정도만 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결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결론

그저 영화 한 편에 무슨 그리 생각이 많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40여 년간 건담을 즐기며 살아온 사람으로서 새로운 시리즈가 나오면 아무래도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습니다. 우주세기라면 더더 욱요.

건담은 여전히 '리얼로봇물'로 불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이'리얼'이라는 게 메카의 설정을 말하기도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전체적 설정을 말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메카를 포함하여 그동안 만들어놓았던 세계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 그 특성을 이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Z건담에 비해 오버테크놀로지였기에 논란이 있던 0083의 기체라든지 여러 설정파괴가 있었음에도 반다이측은 정사에 속하는 작품들은 어떻게든 설정을 만들어 팬들을 만족시키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이번작품은 글쎄요 어떻게 정리할까요. 외전으로서 정사에 편입시킬까요 아니면 그냥 평행세계의 독립적 작품으로 놔둘까요.아니면 이미 다 결론이 나있는 상태인데 제가 모르고 의문을 가지는 것일수도..^^

아무튼 오랜만에 우주세기 작품을 반갑게 본 것은 사실이니 제작사에게 감사드리고요. 아직 못 보셨다면 음... 그냥 가볍게 보셔도 될 거 같긴 합니다. 이상 넷플릭스 신작 '기동전사 건담:복수의 레퀴엠'간단 감상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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