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저냥 일상적인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8년간의 동고동락을 정리하다
2016년, 저는 일련의 어떤 일 때문에 가지고 있던 차를 폐차하고 급하게 중고차를 찾게 되었습니다.
아는 형이 중고차매장을 하고 있었는데 당시 악명이 높았던 인천의 매장이었죠. 그래도 잘 아는 동생인데 사기 치겠나... 싶은 생각으로 연락을 하고 방문을 했습니다.
오래간만에 인사를 나누고 정해진 예산에서 차를 찾기 시작했어요. 계속해서 세단을 몰았기 때문에 SUV로 갈아탈까 고민은 하고 있었지만 급하게 차를 찾던 상황인지라 총알이 넉넉지는 않았죠. 쏘렌토나 싼타페를 사기엔 돈이 조금 부족했는데 할부를 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어쩔 수 없이 세단에서 보다가 적당한 매물을 찾은 것이 SM5였습니다.
예산에도 딱 맞았고 중형세단이라 마음에도 들었어요. 그래도 조금 더 고민해 보겠다 하고 일단 귀가했습니다.
중고차 어플을 뒤지다가 문득 잊고 지내던 차가 생각났어요. 바로 트랙스.
트랙스 첫 출시 때 점찍어 뒀었거든요. 저거 사고 싶다... 그런데 당시 상황이 GM에게 그다지 좋지는 않았습니다. 출시가격이 너무 높았던 탓이죠. 결국 많은 고객을 기아의 카렌스에게 빼앗기고 트랙스는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그즈음 우리나라 자동차시장에도 소형 SUV의 필요성이 조금씩 대두되기 시작했고 그 흐름을 잘 타서 성공한 것이 쌍용의 티볼리였어요. 한동안 티볼리의 독주였지만 현대와 기아가 신차를 내면서 소형SUV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저도 트랙스를 잊고 살 정도로 인기가 없었던 차량이지만 뒤는게 만난 트랙스는 적어도 저에게는 훌륭한 차였어요.
SM5를 뒤로한 채 2대의 트랙스를 알아봤는데 적당한 가격에 6만 정도 뛴 차량을 선택했고 약 8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특별한 고장 한번 없이 잘 달려주었습니다. 하지만 세월에는 장사 없다고 출시 후 11년이 지났고 22만이라는 긴 거리를 뛰어온 저의 트랙스는 이제 그만 보내달라는 신호를 조금씩 보내고 있었습니다.
폐차? 아니, 수출차
사실 저는 폐차를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저야 제차니까 어디가 안 좋아도 그냥저냥 익숙하게 타고 다녔지만 중고차로 내놓으면 여기가 이렇고 저기가 저렇고 가격 계속 깎을게 뻔한 데다 솔직히 누구한테 넘기긴 좀 미안하달까 그런 상태이긴 했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 차를 바꾼 제 친구가 자기도 딜러에게 부탁해서 수출차로 넘겨 돈을 조금 더 받았다는 얘기를 하길래 저도 한번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수출차 견적도 가지가지
어떤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확실히 비교견적은 필요한 거 같습니다. 저야 그냥 폐차보다 조금 더 받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알아보고 있었는데 친한 동생이 알아본 업체에서 연락이 왔는데 백만 원을 주겠다고 했다더군요.
글쎄.. 폐차보다 조금은 더 받는 거 같기도 하지만 내심 서운했어요. 이것밖에 못 받는구나.... 그런 생각에.
그러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한 업체를 보게 되었고 그냥 연락처를 남겼는데 그다음 날 연락이 왔습니다.
전화로 대강의 정보를 얘기해 주고 차 상태도 있는 대로 말을 해주었는데 그 업체에선 3백을 부르네요? 그 정도면 만족할 만한 금액이었습니다.
11월에 팔거라 다시 연락 드리겠다한뒤 일본을 다녀와서 얼마 전 연락한 그 업체 담당자는 다시 정보를 듣고 사진을 보더니 250을 부르며 지금 자신이 거래하는 이집트 쪽이 분위기가 좀 그래서 내년에나 차를 보낼 수 있을 거 같아 자기 이름으로 매입한 뒤 몇 개월 가지고 있어야 할 거 같고 다른 업체 알아보셔도 그 정도는 안 줄 거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그럼 차 가지러 와서 네 고 없이 그냥 쿨하게 가져가실 거면 거래하겠다 했고 바로 다음날 정말 깔끔하게 입금해 주고 차상태 보지도 않고 냉큼 집어가더군요.
뭐 본인이 가져갈만하니까 가져갔을 것이고 나머지 일은 그분이 알아서 하겠지요. 저는 아쉬운 마음에 차를 보내기 전에 마지막으로 사진도 찍고 그랬답니다.
차를 보내는 경험... 유독 정이 가는 차량이 있다
운전을 오래 하다 보면 자기 차량에 당연하게 애정이 가기 마련인데요. 저는 지금까지 신차를 두 번, 중고차를 2번 총 4대의 차를 운행했습니다. 한번 사면 적어도 5년 이상 운행을 하기 때문에 싫어도 정이 들게 마련이지요.
그중에도 특히 애착이 가는 녀석이 있는데 그게 바로 이번에 보낸 트랙스였습니다.
주로 아파트 공사현장을 다니는 통에 고생도 많이 했고 제가 가장 신임했던 차이기도 했어요.
작지만 단단하고 튼튼해서 믿음직했고 GM의 수리비가 비싼 건 인정하지만 소모품 이외에 특별히 손댄 곳도 없었거든요.
그만큼 저를 잘 받쳐 준 녀석이었습니다.
급하게 알아봐서 나에게 왔고 오랜 시간 저와 동고동락한 친구 같은 차를 보내게 되어 아쉬운 마음을 글로나마 달래 봅니다.
쿨거래한 담당자분도 감사드려요~
PS:오래된 차 처분하는 건 폐차보다는 수출 쪽을 알아보시는 것이 조금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제 차는 GM에다 검은색이라 중동쪽 같은 곳에서는 인기가 없다고 하는데요. 그래도 폐차보다는 나은 조건에 넘기는 것 같아요.
그리고 견적비교는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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