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와 프라모델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
반다이, 전격 가격인상!!
며칠 전 건프라에 관한 유튜브를 이것저것 보다가 신제품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고 있는데 영상 말미에 건담 프라모델의 가격을 인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더군요. 사실 좀 놀랐습니다. 제가 반다이의 건담프라모델을 처음 접한 게 1999년 정도였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가격이 오른 적이 없었거든요. 제 입장에서는 거의 25년간 동일한 가격을 접하고 있다가 별안간 오른다는 소식을 들으니 솔직히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그래서 건담 프라모델 가격에 관한 이야기를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수십년간 가격변동이 없었던 건프라
다들 아시겠지만 일본은 한동안 경제가 제자리에 머물러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처음 일본이라는 곳에 여행을 가기 시작한 것이 2000년대 초반이었는데 그때도 건프라를 즐기고 있던 시절이었어요.
당시 오사카에 갔었을 때 덴덴타운 등에서 건프라를 사곤 했던 기억이 있었는데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환율이 그때 아마 13배나 14배 정도 됐던 걸로 기억합니다. 당시 인천에 몇 군데 반다이 제품을 판매하던 곳이 있었는데 그곳들이 전부 일괄적으로 엔가의 14배를 받았었어요. 당시 환율생각하면 당연한듯한 계산법이었죠.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당시 가격과 지금 가격이 동일하다는 건 어쩌면 잘못된 일일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인건비와 더불어 물가가 계속 상승했기 때문이죠. 그건 웬만한 나라들이 다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한국의 건프라 가격은 어땠나?
90년대 말 반다이제품을 접하기 전에 아카데미의 오래된 제품 말하자면 올드프라에 꽂혀있던 저는 지금도 가지고 있는 제품이 많은데요. 그 제품들의 박스를 보면 가격표가 계속 변동되었단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아. 지금은 아니지만 반다이제품도 몇 년 전까지는 박스에 정가가 인쇄되어 있었어요. 우리나라 카피제품도 그 방식을 따라 했던 거고요.
80~90년대 당시 반다이 카피의 대명사였던 아카데미 제품을 보면 가격이 인쇄된 부분에 계속 변동된 가격표를 붙인 흔적이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물가가 오르니 제품도 올려 팔아야겠는데 그때마다 패키지의 인쇄를 수정하기가 어려웠던 모양이에요.
대표적으로 아카데미의 ZZ건담 1:100 제품이 첫 출시 때는 3,000원이었는데 제가 구한 건 5,000원의 가격이 인쇄된 스티커가 붙어있었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물가를 아~~ 주 충실하게 반영했던 거지요.
그렇지만 일본의 물가는 수십 년 전과 비교하여 거의 정체된 수준이었습니다. 당시 100엔짜리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같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거지요.
변동 없는 물가 때문에 일본의 내수제품들은 오랜 시간 거의 같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만 최근 여러 매체에서 일본경제에 대한 우려 섞인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본에 사는 지인의 얘기로는 편의점에서 파는 커피의 가격을 10엔 올릴 때 아주 난리가 났었다고 하더군요.
이번에 도쿄 갔었을 때 딱 한번 세븐일레븐에서 아메리카노를 사 마신적이 있는데 120엔이었나... 그랬던 거 같아요. 사실 우리 생각엔 저렴한 가격이죠. 환율이 14배라고 해도 2000원이 안되는데. 그런데 그것도 최근에 오른 가격이라고 하더군요.
일본의 편의점은 우리나라보다 서민과 밀접도가 훨씬 높다 보니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이렇듯 요즘 일본도 곳곳에서 물가가 들썩이고 있으니 반다이라고 그걸 피할 수는 없었을 듯합니다.
뭐 이해는 합니다. 수십 년간 동결한 가격에 오히려 감사를 해야죠.
엔화의 환율 한참 떨어지고 국내 건프라가격이 안정적일 땐 8~9배 정도의 환율로도 사곤 했는데 참 그때가 좋았습니다.
그렇다면 가격 인상의 폭은?
다른 건 다 제쳐두고 RG더블오 쿠안타를 예를 들면 기존가격이 세금 미포함가격이 2,500엔이었는데 2,800엔으로 인상되는 듯합니다. 300엔 인상이니 대강 12% 인상되는 것이군요. 요즘 환율 계산하면 3,000원 미만이니 이렇게 생각하면 납득 못할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12배를 곱하면 체감되는 것이 조금은 달라지지요.
공식 판매처인 건담베이스나 기타 유명한 판매처들은 대부분 정가에 12배를 받는 편입니다. 가끔 할인하는 품목은 11배를 받기도 하고요. 그렇게 되면 기존에 2,500엔짜리 RG제품을 30,000원에 구매하던 것을 33,600원을 주고 사야 합니다. 그리고 홈플이나 롯데마트 같은 곳에선 36,400원을 주고 구입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와요. 그래도 이 경우는 기존가격이 높지 않은 제품이니 그러려니 넘어가겠는데 MGEX나 PG등급으로 가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MGEX 스트라이크 프리덤이 기존에는 정가 14,000엔으로 168,000원이라는 가격이 매겨졌던 제품이 정가 186,000원이라는, 13배라면 20만 원이 넘는 무시 못할 가격이 매겨지게 되는 거죠.
HG나 SD 쪽을 선호하는 분들은 그나마 부담이 덜하겠습니다만 상위그레이드를 즐기던 분들이라면 가격에 예민할 수밖에 없을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가격이 오르면... 공급은 원활해지나?
사실 저에게 관심사는 반다이의 '공급'입니다. 상술했듯이 그간 비교적 저렴하게 즐길 수 있게 해 준 것 감사하다 생각할 수 있습니다만.... 코로나 즈음부터 시작된 공급물량의 부족현상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신제품이 나오는 주기가 길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기존 물량 역시 재판을 잘해주지 않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봅니다.
저의 이전글에 썼듯이 지금 본토 일본에서 중고 건프라 가격은 장난이 아니에요.
재고가 많은 제품은 정가에 팔고 있지만 재판을 안 해주는 MG군들의 가격은 정가의 두 배가 넘게 거래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 가격인상을 발표해 버렸으니 이제 당분간 건프라 더 구하기 어려워질 겁니다. 오르기 전에 구매하고자 하는 손길도 많아지겠지만 그만큼 되팔이들이 기승을 부릴게 뻔하거든요.
가격인상은 두 번째 문제입니다. 공급을 원활하게 해 줘야 오른 가격이라도 정상적으로 구매할 수가 있을 겁니다.
새로 짓고 있는 공장이 완성되어 가동할 날만 기다려야 하는 걸까요..
최근 제품도 가격인상? 한국에서의 인상폭은?
그런데 조금 불만이랄까... 그런 게 생기는데요. 첫 번째는 일괄적으로 가격을 올린다고 해도 최근제품까지 동일하게 인상폭을 적용한다면 그건 좀 이해가 안 되는 구석이 있긴 합니다.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최근 몇 년간 출시한 제품은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 이득을 보는 수준에서 가격을 책정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최근 나온 제품들의 가격인상폭은 어떨지 한번 더 찾아봐야 할 듯합니다.
두 번째는 한국에서의 가격인상 폭입니다. 환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음에도 계속해서 12배라는 가격을 고수하고 있었습니다. 일본에서의 가격이야 세금이 붙은 가격이니까 그것까지 논 할 필요는 없고요. 어디까지나 정가기준으로 하는 얘기인데요. 솔직히 최근 환율에서 12배는 조금 비싼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저만일까요. 아마 이번에도 똑같이 올려 받겠죠.....
적어도 사고 싶을 때 살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물가가 올라 제품의 가격이 오르는 것 인정합니다. 반다이 입장에서도 40여 년간 지켜온 가격을 올린다고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이었을 것도 같고요. 그리고 어차피 살사람은 살 거예요.
그래도 한편 섭섭하다면 공급문제는 여전한데 가격이 먼저 오른다는 이런 상황입니다.
수많은 건프라팬들이 가격인상 긍정하고 받아들이는 만큼 반다이는 몇 년간 사람 지치게 만들었던 공급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해 주어야 할 겁니다. 가격 오르고 구하기 어려우면 그만큼 인구는 줄어들 테니까요.
가격인상으로 반다이의 숨통이 트여 좀 더 원활한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된다면 팬들은 충분히 인정하고 받아들일 겁니다. 신제품 나올 때마나 오픈런 같은 거 좀 안 하게 해 주길 바라며 자연스럽게 되팔이들도 없어졌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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