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와 90년대, 아카데미과학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팬층을 구축하고 있던 회사 '뽀빠이 과학', 그 여러 가지 제품에 관한 이야기
뽀빠이 과학 소개
1970년대 초반에 설립한 회사로 경기도 시흥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설립 초기에는 저가형 곤충장난감 등을 만들던 회사였는데 김청기감독의 극장애니메이션 '황금날개 1,2,3'을 본 뒤 유사한 제품을 만들어 성공을 거둔 후 79년 '소년 007 은하특공대'의 판권을 사서 최초로 라이선스를 취득한 후 관련 프라모델을 출시합니다. 그 후 일본의 스폰서사업을 벤치마킹해 우리나라 극장판 애니메이션과 사업을 연계합니다. 그렇게 이름을 알린 뽀빠이과학은 그러나 그 스폰서사업 때문에 발목을 잡힙니다. 당시 활발하게 활동하던 김청기 감독 작품에 손을 많이 댔는데 그것이 전부 디자인 표절이라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제가 뽀빠이과학의 이름을 처음 인지한 것이 '스페이스 간담 v'라는, 일본의 '마크로스'표절작이라는 사실만 봐도 이미 문제는 심각했던 것이지요. 뽀빠이 과학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스페이스 간담 v'외에도 '슈퍼태권 v', '솔라 원, 투, 쓰리', 그리고 '84 태권 v'등.... 디자인 표절이 아닌 작품이 없었습니다. 단, '84 태권 v'의 경우 디자인표절은 프라모델의 문제입니다. 태권 v의 극장판 중 '84 태권 v'의 3단 분리 합체의 디자인은 나름 독창적이었으나 뽀빠이과학에서 출시한 프라모델은 일본의 '다이아 배틀스'의 그것과 동일한, 원작과는 전혀 딴판인 제품이었으며 얼굴과 가슴의 v마크만 갖다 붙인 희대의 괴작이었습니다. (슈퍼 태권 v는 비록 카피라지만 원작과 프라모델의 디자인이 같기는 했으니까요....)
사업 초반에는 어땠는지는 몰라도 뽀빠이과학에서 출시한 제품을 시대순으로 살펴볼 때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업계도, 스폰서인 뽀빠이과학도 창작에 대한 의지나 디자인에 대한 존중, 저작권에 대한 인식 같은 것들이 점점 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뽀빠이 과학만의 문제는 아니었겠지만.... 아무튼 이 또한 한국 애니메이션과 완구업계의 흑역사겠지요. 그렇게 뽀빠이과학은 쉬운 길을 선택해 사업을 진행하다 1991년 프라모델사업을 접었고 후에는 사명을 변경하여 블록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로 변모합니다.
솔라 원, 투, 쓰리 작품 소개
1982년 개봉작. 김청기 감독 작품.
우주 저 멀리 사이콘이라는 이름의 행성에서 로봇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그 행성에서 탈출한 '에스퍼'가 간신히 지구에 도착하여 김박사를 만나 지구인으로 살게 되는데 훗날 지구에 숨겨져 있던 솔라 1,2,3을 발견하여 사이콘 행성에서 보낸 로봇들과 지구를 지키기 위해 전투를 벌인다는 내용.
솔라 원, 투, 쓰리 제품소개
제작:뽀빠이 과학
출시가격:5,000원
제품구성:솔라원, 투, 쓰리 각 1기씩.(완제품)
솔라 원, 투, 쓰리 중 1호기와 2호기는 일본 애니메이션 '육신합체 갓마즈'를 카피한 것입니다. 3호기는 '로봇 8 짱'이라는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 로봇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고요. 두 작품에서 적절히 로봇들을 따와한 작품에서 사용하는 어처구니없는 행보를 보인 작품 속의 로봇입니다.
이 제품은 조립식이 아닌 완제품으로 당시 뽀빠이과학은 아카데미과학과는 달리 한 제품을 가지고 조립식과 완제품을 거의 같이 출시하곤 했는데. 이 솔라 원, 투, 쓰리의 경우 조립식은 제가 접하지 못했습니다.
박스아트는 당시 애니메이션 포스터를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이 그림은 복사, 복재 사용을 금함'이라는 문구가 인쇄되어 있네요. 음...... 왠지 심란해집니다.
박스 후면에는 각 제품의 특징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박스를 오픈하면 흰색 스티로폼에 나란히 곱게 누워있는 솔라 원, 투, 쓰리가 등장합니다.
아 근데... 이 글을 쓰면서 제품을 찬찬히 뜯어보니 추억보정만으로는 용서가 안 되는 점들이 새삼 보입니다.
애초에 표절한 디자인이니까 그림과 제품의 형태가 조금 다른 것은 그렇다 쳐도 색정도는 맞춰주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형태고 디자인이고 맞아떨어지는 게 없네요. 매우 절망적인 제품입니다. 하하하...
완제품 완구이기 때문에 가동성 이런 거 필요 없습니다. 제가 스페이스 간담 v와 슈퍼 태권 v의 완제품을 소장하던 때가 있었는데 사실 이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음... 아카데미의 품질이 얼마나 혜자였는지 다시 한번 실감합니다.
어쩌면 시대를 앞서간, 하지만 그 길을 잘못 든 아쉬운 회사, 뽀빠이 과학
뽀빠이 과학은 다른 완구회사들이 무작정 일본의 카피품을 내놓고 있을 그 시절에 이미 일본의 스폰서 시스템을 배워 우리나라에 적용한, 어쩌면 꽤나 선진시스템을 미리 도입한 선구자적 입장에 설 수도 있던 회사였습니다.
국내 애니메이션을 후원해 주고 그 대가로 캐릭터를 시장에 정당하게 내놓고 판매했던 회사가 당시 뽀빠이 말고 얼마나 있었을까요. 그러나 뽀빠이 과학은 그 시스템만 도입했을 뿐, 제품의 기획 등에선 여타 다른 회사들과 같은 행보를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스폰서가 행할 수 있는 오류를 그대로 범해 결국 애니메이션도 프라모델도 오로지 카피품만을 양산해 내는 결과를 낳습니다.
제 어릴 적, 아카데미 과학만큼이나 좋아했던 회사인지라 마치 아픈 손가락같이 느껴지는 뽀빠이 과학, 그리고 솔라 원, 투, 쓰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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