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꺼내어 보는 잡다한 물건들과 그에 얽힌 추억이야기
조금은 달랐던 영화 잡지, KINO 그에 관한 추억이야기
예전 포스팅 중 하나가 영화잡지 '로드쇼'에 관한 이야기였는데요. 이번에는 제가 조금은 더 좋아했던 또 하나의 영화 잡지 '키노'에 관해서 처음으로 포스팅해보려고 합니다.
'키노'는 1995년 5월에 창간되어 2003년 7월 폐간된 유명한 영화잡지입니다.
예전에 포스팅했던 '로드쇼'나 그보다 몇년 먼저 창간했던 '스크린'보다는 한참 뒤에 태어난 잡지이죠.
제가 이'키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것은 아마도 이듬해인 1996년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인천에 헌책방거리를 자주 들락거렸는데 주로 가던 배다리가 아닌 부평의 책방에 들렀던 적이 있었어요.
원래 목적은 중고 만화책을 사려던 것이었죠. 그 당시에 유명했던 '협객 붉은매'라는 작품의 단행본을 권당 500원에 12권까지인가 한번에 구매한 적이 있던 곳이어서 또 뭐 볼만한 책이 없나 하고 방문했던 것이었어요. 목적인 만화책은 없었는데 표지가 눈에 확 들어왔던 잡지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키노'였습니다.
그즈음에는 제가 올드프라모델에 꽂혀있던 때라 사실 영화는 조금 신경을 덜 쓸 때였기 때문에 키노라는 잡지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아마 당시 표지가 애니의 한 장면이 아니었다면 아마 계속 모르고 있었을 수도 있지요.
오로지 표지를 보고 샀던 '키노'는 제가 그때까지 접해본 잡지와는 결이 많이 달랐습니다.
우선은 비교적 적은 양의 광고를 들수가 있겠는데요. 스크린이나 로드쇼랑 비교해 볼 때 전체페이지수는 비슷(250~300페이지)한데 일일이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광고가 조금은 적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영화잡지는 그나마 나은 편인게 당시 두꺼운 여성잡지를 보면 반이 광고였던것 같거든요. 스크린이나 로드쇼도 그나마 양반이었죠..^^ )
그리고 무엇보다 활자수가 많습니다. 그렇다는건 그만큼 정보의 양이 많았다는 것이겠죠.
사진도 많이 있었습니다만 계속 비교되는 대상인 스크린이나 로드쇼에 비해 정보의 양이 확실히 많은 편이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던 책속의 코너는 책 거의 끝에 항상 실려있던 REVIEWS코너였는데요. 꽤 많은 편수의 영화에 대한 기본 데이터와 짧은 줄거리 그리고 기자의 평이 실리는 코너였습니다. 그때의 저는 뭐랄까 조금 사회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던 때라(뭐 그만큼 젊기도 했으니까요) 따라서 뭔가 계속 까는 듯한 어조의 기사들(대체적으로 칭찬보다는 비평이 많았던)은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키노는 여느 영화잡지들과는 다르게 심도있는 기사를 많이 다루었으며 특히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이 깊었던 것 같습니다.
비판도 애정이 있어야 하니까요.
키노를 읽으면 제가 좀 뭐라도 된것같은 착각도 들었습니다. 잘 이해도 안 가는 영화단어들이 난무해서 그 기사를 100%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꾸준히 이 잡지를 산 걸 보면 어느 정도 허세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매달 6,000원이라는 돈을 잡지에 지불하기에는 좀 부담이 되었던걸까요.저는 한 달에 한두 번씩 헌책방에 들르게 되었어요. 잡지들은 대체적으로 두 달 후에 헌책방으로 입고되었는데 거의 균일하게 2,000원을 받고는 했습니다.
최신 영화정보를 얻고자함이 아니었기에 두 달 정도 기다리는 건 일도 아니었고 어쨌건 한 달에 한 번은 구입을 하는 거였으니까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생각되었지요.(사실 그때 올드프라 찾으러 다니고 신간 만화책사고 그러느라 조금 쪼달려서 그랬는지도..) 책의 상태도 신간과 동일했으니 저는 항상 만족하고 샀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헌책방에 들어오는 책들의 겉표지가 세로로 절반이 잘라져 있더라구요.키노 전부 다요. 사장님께 문의하니까 입고될 때부터 그렇게 들어온다고 하더군요. 굳이 그렇게 잘라서 유통시킬 필요가 있었을까.. 지금도 의문입니다.
폐간된 것도 몰랐던...조금은 아쉬운.
저는 한 2001년정도까지 매달 키노를 샀어요. 그런데 당시 계속 지방출장에 일이 힘들고 또 열심히 연애하던 시절이라 자연히 취미활동은 뜸해졌고 이 잡지가 폐간됐는지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정말 한참 후에 알았거든요. 창간호야 그렇다 쳐도 마지막 발행된 책이라도 구했으면 참 좋았을걸 하는 생각을 가끔 해봅니다.
실은 지금이 11월이라 1997년 11월호에 관한 내용을 쓰려다 그냥 키노와의 인연을 다룬 이야기를 주저리 주저리 써봤네요.
12월호도 몇권 있으니 한번 내용을 올려보고자 합니다.
PS:작년에 이벤트성으로 키노가 '키노 시네필'이라는 출판물로 나왔었다고 합니다. 99호로 폐간되어 100호를 채우는 기념 비적인 잡지라고 생각되네요. 가격이 35,000원으로 만만치는 않은데.... 요즘도 있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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